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 쿠퍼는 자신보다 늙어있는 딸 머피와 마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 딸 머피와 쿠퍼의 시간이 달라 머피의 시간이 쿠퍼보다 더 빨리 지나갔기 때문이다. 처음 영화가 나왔을 때 상대성이론에 대해서 자세히 모르고 있던 나는 영화를 보고 상대성이론에 대해서 공부를 했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때 공부를 제대로 안했었나보다 '아인슈타인의 전쟁'을 읽으면서 상대성이론을 다시 공부해보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부분이 많았고 그로 인해 영화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영화를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인터스텔라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만든 정말 잘 짜여진 영화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전쟁'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다. 상대성이론의 탄생 스토리가 이 보다 더 운이 좋을 수가 있을까? 이 정도로 세세하게 알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을 읽기전 과학이론이 탄생하는 과정은 천재 같은 과학자가 혜성처럼 나타나 비상한 머리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이론이 탄생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과학이론이 탄생하는 과정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과정과는 전혀 달랐다. '이 정도로 운이 좋아야 하나?'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운이 없었다면 아무리 좋은 과학이론이라도 탄생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아마 지금도 과학계의 판도를 바꿀 비상한 이론들이 운이 좋지 못해 빛을 보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살아남은 이론인 상대성이론이 탄생하는 과정은 운 그자체였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탄생시켜나가는 과정 속에서 운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운을 잡을 수 있게 해 준 3가지의 요소가 있었다. 노력, 네트워크 그리고 지적겸손이다.
행운
친구 그로스만의 아버지 덕분에 그는 베른에 있는 스위스 특허 사무소에서 3급 기술 심사관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p44
그는 특허 사무소에서 일하던 이 시기를 즐겁게 회상하며 그 일이 과학 문제에 대한 그의 독특한 접근법을 형성하는데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 일은 다각적을 사고하도록 해 주었고 물리적으로 사고하는 데에 중요한 자극제가 되었다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은 젊은 시정 특허청에서 일을 했다. 특허청에서 일하면서 당시 기차역 별로 시간을 측정하고 기록하고 동기화하는 장치들을 끊임없이 조사를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간에 관한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 개념을 받아 들일수 없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의 사고 실험이 시작되었고 1905년 상대성이론에 관해 논문을 발표하게 된다.
새로운 방법들로 알아낸 정확한 예측값은 약 1.7초, 즉 1911년에 예측했던 크기의 두 배 였다. 따라서 브라질 일식이 비 때문에 가려지지 않았다면, 그리고 프로인틀리히의 크림 반도 일식이 전쟁 때문에 중단되지 않았다면, 그들은 휘어짐에 대해서 ’ 틀린 값’을 찾고 있었을 터였다. 그들이 정확하게 측정했다면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시작도 하기 전에 틀린 것으로 증명되었을 것이다. P250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들고 이를 관측하기 위해서 빛의 휘어짐을 증명해야했다. 프로인틀리히에게 일식 관측을 부탁했다. 관측은 기상악화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 만약 성공했더라면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이론이 틀렸다고 했을 것이다. 아마 상대성이론이 세상에 나타나는 시기가 늦춰졌을 것이다.
편지 봉투를 열어 본 사람이 에딩턴이었다는 점에서 아인슈타인은 더할 나위 없이 운이 좋았다. 전쟁 중 그 시점에서는 영국 과학자 어느 누구도 독일인의 이론에 대해서 생각조차 해 볼 의향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평화주의자이자 국제주의자인 에딩턴은 그럴 의향이 있었다. P281
가장 큰 행운은 에딩턴이라는 국제주의, 평화주의 천문학자를 만난 것이다. 에딩턴이 없었으면 독일과학계를 거들떠도 보지 않다 시기에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여 국제사회는 독일을 더 고립시키려고 했으니 말이다.
위의 몇문장들보다 책은 더 많은 행운들을 적어 놓았다. 저자가 소설 작가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상대성이론이 탄생되는 과정이 소설 같았다.
상대성이론이 운이 좋아서 탄생 했듯이 인생에 있어서 운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더 상기시켜주었다. 어떠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계획하고 실행해 나갈 때 운이 좋으면 계획했던 것보다 더 큰 것을 얻을 것이고 운이 나쁘면 실패할 수 도 있으니. 결국 운이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욕심을 버릴 수 있는 것 같다.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운에 맡기가 묵묵히 계획한 대로 실행하면 되니 실행을 한 것만큼은 성공이니 말이다.
노력
아브라함, 노르드스트륌과 경쟁하게 된 아인슈타인은 뭐라도 빨리 내놓아야 했다. 그는 3년 동안 중력에 관해 ‘끊임없이’ 생각했지만 아무 논문도 발표하지 않았다. P112
아인슈타인은 1905년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11년동안 연구하여 1916년에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들었다. 상대성이론의 탄생에는 행운도 따라 줬지만 아인슈타인의 노력은 전혀 무시 하지 못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다른 사람과 자신의 이론에 대해서 끊임없이 경쟁하면서 노력했다.
그가 알던 가장 품위 있고 학식 있는 사람들이 갑자기 ‘무분별한 학살’을 외치는 집회에 나갔다. 민족주의가 합리주의를 대체했다. P145
아무도 그의 평화주의에 공감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상주의적인 것이 아니라 어리석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P216
아인슈타인 또한 과거에 합리적이던 동료들이 현재는 학살자가 되어 버렸고 옛 동료와 아인슈타인은 현재 서로를 이해 못하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했다. 자신의 연구를 도와줄 수 있는 동료들이 줄어들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이론을 완성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 세계대전 속에서도 자신의 연구는 계속 되었다. 가정이 위태로워도 자신의 연구는 계속되었다. 식량이 부족하여도 자신의 연구를 계속했다. 연구에 대한 집념과 노력이 없었다면 1916년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의 탄생은 없었을 것이다.
어디에서 관측을 할 것인지 선정하는 데에는 많은 요인이 들어갔다. 좋은 날씨로 평판이 난 곳인가? 얼마나 습한가? 천구상 얼마나 낮은 고도에서 일식이 일어나는가? 근처에 천문학자와 그들의 중장비를 실어 나를 증기선과 철도가 있는가? 이 교통수단의 운행일정과 일식 기간이 교차하는가? 근처에 전신국이 있는가? 식량과 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조달할 수 있는가? 원정을 지원해 줄 우호적인 지방 정부 혹은 식민지 통치 행정부가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흔히 여행자들의 전언이나 신뢰성이 모호한 해외 동포에게 의존했다. P424
에딩턴은 적국의 과학자가 만든 이론을 증명하기 위한 원정대를 꾸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오늘날 처럼 비행기를 타고 일식이 일어나는 장소로 바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다 고려해야 했다.
일식 측정 뿐만 아니라 상대성이론을 널리 알리는데도 에딩턴은 수많은 노력을 하였다. 국제주의를 부활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대성이론에 대해 강연을 했었다.
결국 이론 세상에 알려기지 이전은 아인슈타인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특수상대성이론에서 일반상대성이론까지 물리학과 수학을 넘나 들며 수많은 방정식이 탄생하고 실패를 겪었으며 탄생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했기 때문에 1916년 장 방정식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뒤를 에딩턴의 노력으로 상대성이론이 세상으로 나오게 만들어 주었다.
네트워크
다시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이제는 취리히에서 역시 수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오랜 친구 마르셀 그로스만이었다. P116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 연구에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였다. 수학자였던 그로스만에게 수학적 원리로 상대성이론을 풀어 주기를 부탁했고 함께 개론을 완성해 나갔다. 그리고 앞서 그로스만 덕분에 20대의 아인슈타인은 특허 사무소에서 일을 할 수 있었고 시간에 대한 개념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자유롭게 이야기를 함께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동료에게 점점 더 의존하게 됐다. 전쟁으로 명백해진 것은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싸워서 얻을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것은 특출하고 독립적인 사람들과의 우정뿐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P191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옛동료들이 학살자가 된 것을 애통하게 생각했지만 중립국에 있거나 평화주의자 친구들과는 전쟁 속에서도 계속 연락을 유지하였다. 프로인틀리히, 로런츠와 플랑크 그 외의 동료들로부터 상대성 이론에 대한 토론과 전해로 인해 식량이 부족해진 베를린에 식량을 받을 수도 있었다. 힐베르트를 만나 자신의 연구를 전부 재구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아인슈타인은 인적 네트워크가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평화주의적 자세를 취했던것같다. 자신의 연구를 도와줄 수 있는 과학자나 자신의 이론을 완전 다른 관점으로 바라 봐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
지적겸손
그는 과학자에게 이례적인 겸손한 태도로 연단에 올라 자신이 어디에서 틀렸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개론>을 공개적으로 부정하며 그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접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개론>에 발표한 방정식들에 대해 스스로 확신을 잃었다고 자백하며 이 프로젝트를 영점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취리히에 있을 때 올바른 해결책을 놓친 경위와 지금에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음을 설명했다. P244
포퍼 그에게 충격을 준 것은 시간 지연이나 휘어진 시공간이 아니었다. 과학보다 그는 아인슈타인이 어떻게 자신의 과학에 ‘관하여 말했는지’에 더 관심이 갔다. 그에게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아인슈타인의 ‘지적 겸손’이었다. P530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한계를 명확하게 이야기했다. 자신이 어디가 부족한지 인지를 하고 인정했다. 상대성이론이 반박될 수 있는 조건들을 구체적으로 명시다. 중력 적색 편이, 빛이 휘어짐이 없으면 상대성이론도 없었다.
자신이 수학이 부족하여 그로스만을 찾아가 도움을 구하고 빛의 휘어짐을 증명하기 위해 프로인틀리히에게 도움을 구하고, 상대성이론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많은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었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또 그 때문에 더욱더 자신감을 자기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빛이 중력에 의해 휘지 않는다면 상대론은 참이 아니다. 마르크스주의자와 프로이트 주의자처럼 이론을 ‘위한’ 증거에 집중한다면 필연적으로 실재 그대로가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찾게 될 것이다. 이 것은 참 과학이 아니라 사이비 과학임을 나타내는 특징이다. 이론을 반증할 수 있는 능력은 과학적인 것의 경계를 어떻게 찾느냐는 것이었다. P531
지적겸손은 다르게 말하면 메타인지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위의 문장을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메타인지가 높다는 증거에 집중한다면 필연적으로 실재 그대로가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찾게 될 것이다. 이는 참 메타인지가 아니라 사이비 메타인지를 나타내는 특징이다. 메타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은 메타인지의 경계를 어떻게 찾느냐는 것이었다. "
상대성이론의 탄생에서 운은 정말로 중요했다. 하지만 아무리 운이 중요하지만 그 운을 만들어내고 잡아낼 수 있는 능력까지 운이라고 취급해서는 안된다. 상대성이론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론이 되기 위해서 아인슈타인의 부단한 노력, 그를 도와준 동료들 그리고 자신의 이론이 어디가 허점인지 알고 자신 또한 무엇이 부족한지 인정하는 자세가 있었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탄생할 수 있었다.
살아남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운이 필요할 것이고 그 운을 만들고 잡아내는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행운을 잡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성장해야 한다.
우리 주위에 수많은 '운'들이 시공간을 타고 지나가고 있다. '운'을 휘어지게 만들어야 우리가 '운'을 잡을 수 있다. 빛을 휘게 하는 행성의 질량같이 우리에게 행운을 휘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어야 한다.
그 강력한 힘이 노력과 네트워크과 지적겸손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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